‘쓰레기 덕후’의 ‘쓰레기 덕질’ 모험기




일반시민 최지 씨의 쓰레기 관련 데이터 항해일지


모험의 시작!!

“우리 동네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광명시 주민 최지 님이 처음에 품은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최지 님의 ‘쓰레기 덕질’은 우리 동네 쓰레기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어떤 배경지식도 없이 호기심만으로 시작된 덕질 속에서 광명시의 쓰레기와 관련된 데이터나 이슈들을 하나둘 발굴했습니다. ‘광명시 재활용품 수집 노인 및 장애인 지원조례 제정안 입법예고’, ‘광명시 재활용품 선별장 민간위탁 과업지시’, ‘광명시 재활용품 선별장 현황 자료’ 등 조금은 낯선 말들과 만나다보면, 광명시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의 노동실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고, 과거에 방문했던 광명시 자원회수시설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게 됐습니다. 쓰레기무단투기 CCTV 설치현황 같은 자료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요.


동심원이 퍼져나가듯 쓰레기와 관련된 지식과 관심사도 점차 넓어져 갔습니다. 관심의 크기가 커지다보면 그 관심이 일상의 실천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다세대 주택이 많은 동네에서 분리수거 시스템이 사실상 결여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시청에 민원도 넣고, 살고 있는 빌라의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분리수거 방법을 알리고픈 마음에 용기를 내어 안내문도 작성해 보았습니다.


광명시 재활용 분리수거 관련 민원 내용


하나하나 더듬어가던 쓰레기 덕질이 어느덧 큰 성과를 만나게 됩니다. 광명시에서 매년 발간하는 환경백서를 찾게 된 것이죠. 광명시 환경백서는 자연환경 보전, 대기오염 및 대기배출시설, 수질오염 및 상하수도 관리, 폐기물 관리, 소음 및 진동과 석면 안전관리 등 광명시의 환경행정과 관련된 넓은 주제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는 문서입니다. 특히 관심사인 폐기물과 관련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실태가 정리되어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이 배출되고 어떤 업체들이 그 쓰레기들을 수거하며, 그중 얼마나 소각되거나 매립되는지, 대강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수치들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가을 스프린트와 만나다

쓰레기가 운반되는 큰 흐름을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은 크게 일반 생활폐기물, 음식물쓰레기, 재활용품, 그리고 대형폐기물로 분류됩니다. 일반 생활폐기물은 자원회수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지역은 자원회수시설로, 그렇지 않은 자치구는 중간집하장을 거치거나 혹은 곧바로 매립지로 운반되어 처리됩니다. 음식물쓰레기의 경우엔 처리업체에 위탁 처리하여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재활용품은 재분류하여 재활용 업체 등에 매각하고, 폐스티로폼은 건축자재의 원료로 재생산 판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형폐기물의 경우 목재류는 파쇄처리하고, 철재 등 금속류는 재활용합니다.



쓰레기 처리 프로세스


광명시에서 많은 정보들을 공개하고 있었지만 우리 동네 쓰레기의 흐름을 확실하게 속속들이 파악하기엔 빈 구멍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빈 구멍을 정보공개청구로 메워볼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범위를 넓혀서 서울시와 경기도 차원에서 쓰레기의 흐름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이 흐름을 지도상에 시각화해보면 어떨까? 쓰레기 덕질 과정에서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며 크기를 키워가던 어느 날 빠띠의 공익데이터 실험실 가을 스프린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해가면서 서울시 25개구를 대상으로 정하여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정보공개청구도 도전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공개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경로를 잘 몰랐기에, 서울시의 각 자치구별로 데이터를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자치구별로 배출된 생활폐기물, 음식물쓰레기, 재활용품 등이 어떤 장소를 거쳐가는지, 자원순환시설, 재활용 선별장 등 어떤 장소에 모여드는지, 쓰레기들이 해당 장소들에 얼마나 모여드는지 확인해보려 했습니다. 게다가 쓰레기 수거와 처리를 담당하는 업체도 각각 달랐고, 이들 업체에 대한 정보는 자치구별로 따로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현황

음식물류 폐기물 자원화 시설


이 과정에서 <공익데이터 실험실>의 자문회의에 참여한 전문가 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지자체별 쓰레기 수거 업체의 수거 ‘권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준비에도 도움을 받았고, 관련된 정보의 소스들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데이터들을 이렇게 하나하나 모으다 보니 각각의 데이터들의 단위가 들쭉날쭉하고 출처도 달랐어요. 이 데이터들의 수치가 정말 확실한 건지도 분명치 않았고, 연도별로 데이터들을 정리해보면 어떤 그림이 보일지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런 상황인데도 쓰레기와 관련된 데이터들의 바다를 헤엄치다보니 각각의 데이터들의 출처를 기록하는 걸 놓쳐서 곤란해지기도 했어요. 데이터의 출처 기록이라는 기본 사항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후로는 가급적 단위가 통일된 하나의 소스를 중심으로 활용하고, 출처와 항목을 자세하게 기록하려 했습니다. 다행히도 <공익데이터 실험실>의 자문을 통해 서울시의 각종 정보를 모아둔 서울 공공데이터 포털이 있다는 것, 또 환경부의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서도 폐기물 통계정보가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데이터를 한데 모아놓고 정리한 곳이 있는지 몰라서 자치구별로 데이터를 보려고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자문회의


데이터를 항해하는 조타수의 임무

서울시 공공데이터 포털과 자원순환정보시스템 사이에는 데이터들의 항목과 값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서울시 공공데이터 포털의 경우, 음식물류 폐기물의 데이터 값은 사업장+가정용이 합산되어 있고 가정에서 배출된 경우만 따로 볼 수 있는 데이터가 없었습니다. 대신 처리 방법에 있어 재활용 항목이 사료화, 퇴비화로 세분화되어 있었고요. 반면 자원순환정보시스템의 경우에는 사업장과 가정용을 구분해놓았지만 가정용 폐기물의 처리 방법이 매립, 소각, 재활용으로만 구분되어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처음에는 처리 방법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싶어서 서울시 공공데이터 포털의 데이터들을 사용하려 했습니다.



서울시 공공데이터 포털


하지만 그럴 경우 폐기물 전체 배출량과 오차가 너무 크게 나타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공공데이터 포털의 데이터들은 서울시의 자치구 별로 축적된 데이터를 한데 모은 거인데, 각 자치구별로 데이터의 가공방식이 다르고 출처까지 불명확했습니다. 그래서 자원순환관리시스템의 데이터들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자원순환관리시스템의 폐기물 통계정보는 하나의 소스로만 데이터가 만들어져 있어 단위가 통일된 편이었고, 데이터 수집 절차도 분명하게 나타나 있어 상대적으로 더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됐습니다.




데이터의 바다 속에 있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샘솟곤 합니다. 혼자 작업을 하다가도 혹은 자문회의에서 전문가 분들과 의견을 쏟아내다 보면 흥미롭고 생각 못한 아이디어들이 생겨서 더 다양하게 작업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많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량도 시간도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방향성을 잡고 옆길로 빠지려는 자신을 붙잡곤 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데이터들이 생기면 아무래도 욕심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심을 잡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싶었는지 확실하게 설정하고서 프로젝트 과정에서 계속 상기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자문회의 과정에서는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기 쉬우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자신이 중심을 분명히 잡아야 했습니다.


쓰레기의 흐름을 보고자 했기 때문에 자원순환관리시스템의 폐기물 통계정보를 기본으로 해서 쓰레기의 범주별 데이터들을 모았습니다. 통일성을 가지는 데이터가 필요했기에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보다는 연도와 단위가 통일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자 했습니다. 데이터들을 개별개별로 따로 모을 때는 몰랐지만,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체계화된 데이터들을 정리하면서 기존에 찾고자 했던 데이터들이 기본적으로 다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오류나 구멍이 있겠지만,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있는 데이터들을 정리하고 항목에 설명을 덧붙이는 정도로 충분했습니다.


공무원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

쓰레기수거 업체의 수거 권역을 비롯해 필요한 데이터과 프로젝트 과정에서 생겨난 의문들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도 진행했습니다. 우선 진행한 건 권역별 수거 업체와 관련된 정보였습니다. 처음엔 25개 자치구에 모든 자료를 다 신청했지만 이후 청구 내용이 너무 모호하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의 전화가 수도 없이 이어졌습니다. 나중에 가선 너무 무모하게 많이 신청했다 싶어 여러 청구들을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정보공개청구 예시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청구 내용을 더 상세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어떤 필요와 맥락에서 해당 정보를 공개청구하는지 모른 채 공무원은 정보공개청구 내용에 적시된 텍스트로만 맥락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공무원이 혼란스러워 하지 않도록 공무원의 입장을 헤아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정보공개청구에 엑셀파일을 첨부했는데, 해당 파일의 정보 목록과 정보공개청구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무원이 전화해 물어보았습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를 요구하다보니 청구 내용이 모호해지기도 했습니다. 많은 정보들을 요구하기보다는 정말 필요한 것, 모르는 것만 콕 찝어서 정보공개청구하거나 담당 공무원에게 질의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그리고 공무원이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더라도 당황해하지 말고 잘 대응하면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게 됩니다. 공무원도 정보공개청구에 잘 응답하기 위해서 연락을 하는 것이니까요. 만약 공공데이터에 대해 의문사항이 생기거나 알고 싶은 정보가 아주 구체적이라면, 어떤 과에서 누가 해당 정보를 담당하는지 확인하여 전화를 해보는 것도 편리했습니다. 직접 전화를 해서 물어보고 확인하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이었습니다.


모험의 끝은 베드 엔딩?

그동안 전문가들은 데이터나 공공정보와 관련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든 의문들을 풀기 위해선 쓰레기 분야의 전문가를 만날 필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자원통계정보시스템의 데이터에서 폐기물의 배출량과 처리량이 동일한 값으로 작성되어 있는데, 이 데이터가 맞다면 쓰레기 매립이나 수출이 일어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쓰레기 분야의 전문가, 이른바 ‘쓰레기박사’로 불리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만났고, 그러자 그동안의 프로젝트가 위기에 빠져 버렸습니다.



'쓰레기 박사' 홍수열 소장


쓰레기 데이터는 지자체가 각 업체로부터 받은 숫자를 자원순환관리시스템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파트, 사업장, 음식점 등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여러 이유로 지자체에서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령 아파트나 음식점 등은 직접 업체와 계약을 하고 있는데다 쓰레기를 대량으로 수거하는 경우 누락된 정보가 많아 지자체가 이를 파악하기 힘든 것이지요. 그러니 처리량과 배출량을 일치시켜서 계산하게 되는 겁니다. 체계적으로 정리된 데이터와 달리 실제 현실은 시스템에 구멍들이 슝슝 뚫려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구멍들이 있었습니다. 데이터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100% 재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건 실제 업체에서 사료화, 퇴비화한 음식물쓰레기의 수치가 아니라 사실상 업체에 운송된 쓰레기의 양으로 봐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실제 퇴비화, 사료화된 정도가 얼마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죠. 또, 가연성/불가연성 쓰레기 항목의 수치 역시 정확한 데이터가 아니었습니다. 쓰레기 전체가 아니 일부만 샘플링을 해서 계산한 것이라 임의적으로 설정된 수치였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모아왔던 데이터들이 쉽게 말해 다 ‘모래성’이었던 것입니다. 홍수열 소장은 “잘못 발을 들여 놓았네요.”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좀 더 일찍 방향을 틀어서 다릍 항해가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쓰레기 분야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맨 땅에 헤딩’했던 최지 님의 항해는, 그렇게 최종장을 앞두고 좌초될 위기에 빠져 버렸습니다. 숫자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숫자 너머의 맥락과 배경을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뼈아픈 교훈이 남았습니다.


데이터들을 꼼꼼히 모으고 정리해 내 집에서 배출된 쓰레기의 모험을 시각화해보고 싶다던 최지 님의 프로젝트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그동안 해오던 일들이 모조리 수포로 돌아가고 무의미해지는 걸까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 그동안의 시행착오와 체계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쓰레기 데이터의 문제점들을 정리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수많은 데이터들에 큰 허점이 있다는 걸 안 이상, 항해는 끝이 아니라 다음번의 모험을 준비하기 위한 전 단계가 될 것입니다.


[아카이브] 공익데이터실험실